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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가 예민할수록,
약도 조심스러워야죠

아이 피부에 빨갛게 두드러기가 올라오거나 얼굴에 작은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약국으로 달려가면서도 ‘스테로이드 성분은 무서워요’라는 말을 먼저 꺼내곤 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제라고 해서 모두 강하고 무섭기만 한 건 아니다. 스테로이드와 그중 제일 약한 강도의 ‘히드로코티손(Hydrocortisone)’에 대해서 알아보자.

김민지 해솔요양병원 약사

염증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 약물,
꼭 필요한 경우에는 사용해야

스테로이드 약물은 원래 우리 몸에서 원래 만들어지는 호르몬 ‘코르티솔’을 본떠 만든 약이다. 이 물질은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외부 스트레스 자극에 맞서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염증 억제 기전이 있어 천식, 아토피와 같은 질환부터 루푸스, 류마티스 등 중증의 자가면역질환까지 두루 활용된다.

바르는 스테로이드는 피부염증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한다. 단 피부 두께, 증상 정도에 따라서 적절한 강도의 약물이 사용되어야 하며, 정해진 용량과 사용기간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필요 이상 장기간 사용하거나 잘못 사용하면 피부가 얇아지거나 감염에 취약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테로이드를 무조건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아토피성 피부염이나 건조로 인한 가려움을 방치하면 증상이 악화되어 더 강한 약물을 더 오래 사용해야 하는 상황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또 긁는 과정에서 생긴 피부 상처를 통해 세균이 침투하면 농가진 같은 이차 감염으로까지 번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스테로이드는 분명 남용을 피해야 하지만, 필요시 적절하게 사용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스테로이드에도 강도가 있다?

스테로이드 외용제는 약물의 강도에 따라 1등급에서 7등급까지 나뉘며, 숫자가 작을수록 더 작용이 강하다. 이 강도는 약을 피부에 바른 후 나타나는 혈관 수축 효과를 기준으로 측정되며, 강도가 강할수록 피부침투력과 항염 효과가 높지만 그만큼 부작용 위험도 크기 때문에 대부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스테로이드의 강도는 약 성분과 농도에 따라서 주로 나뉘지만, 같은 약이더라도 약을 안정화하는 ‘염’의 종류나 약의 제형에 따라서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고>크림>로션’ 순서대로 제형이 묽어질수록 강도가 약해진다.

보통 피부 염증의 심각도가 높을수록, 피부가 두꺼울수록 강한 강도의 약을 사용한다. 피부가 두껍고 각질이 많은 손바닥·발바닥 등은 높은 강도의 약이 필요하지만, 얼굴·생식기·허벅지 안쪽처럼 피부가 얇은 부위에는 저강도 약물이 권장된다. 특히 어린이는 피부가 얇고 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저등급(6~7등급)의 약이 우선된다.

히드로코티손은 상대적으로 체내에 머무는 시간이 짧고 강도가 약한 스테로이드제다. 히드로코티손 발레레이트 연고를 제외하면 모두 7등급에 속하는 제일 약한 강도의 스테로이드로, 농도에 따라 0.5%, 1%, 2.5% 제품이 있다. 피부 가려움이나 염증 증상, 벌레 물림이나 1도 일광화상과 같은 피부 염증 완화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유아는 태열이나 침독, 기저귀 발진 등 피부 관련 질환이 많은데, 청결 유지와 보습제로도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에 단기간 활용한다면 안전하고 빠르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스테로이드 사용하는 법

1FTU(finger tip unit: 약 0.5g)를 어른 손바닥 두 개(손가락 범위 포함) 정도의 넓은 부위에 바를 수 있다. 즉 약 0.5g을 손끝 한 마디에 묻히는 정도이다. 소아에서 부위에 따른 국소용 스테로이드제의 용량은 다음과 같다.

스테로이드제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증상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강도를 선택해야 하며, 임의로 용량이나 횟수를 늘리지 않고 사용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2주 이내 사용이 권장되며, 1주 이상 사용했음에도 증상 개선이 없다면 약물 사용을 중단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보습제를 함께 사용할 때는 스테로이드를 바르고 15~30분 정도 흡수될 시간을 둔 후 보습제를 덧바르는 것이 약효 흡수를 방해하지 않는 올바른 방법이다. 만약 피부 상처가 심하거나 진물이 나는 경우에는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 항생제나 항진균제를 병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를 오랫동안 바르다가 갑자기 중단하면 피부염 증상이 오히려 더 심해지는 ‘리바운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호전되면 바르는 횟수를 매일에서 주 2~3회로, 그다음엔 주 1~2회로 간격을 늘려가며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 안전하다.

피부 장벽 강화로 염증 원인 제거

스테로이드로 염증이란 급한 불을 껐다면, 장기적으로 피부 자체의 방어벽을 튼튼하게 복구해서 염증의 원인을 제거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본래 피부는 약산성 상태에서 적절한 수분과 피지막으로 보호받아야 예민해지지 않는다. 그래서 강알칼리성 비누나 세정제로 각질을 과하게 벗겨 내거나, 오랫동안 뜨거운 물로 샤워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심한 건조증에는 라놀린, 시어버터 등 피부 표면에 차단막을 형성해 수분 증발을 막아주는 보습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 또는 계절적으로 땀이 많이 나는 경우는 가벼운 크림 형태의 덱스판테놀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된다. 덱스판테놀은 피부에 흡수되면 비타민 B5(판토텐산)로 전환되어 수분 유지뿐 아니라 피부 재생과 염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이 성분은 기저귀 발진, 침독 등 유소아의 피부 염증 완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보습 효과와 진정 작용이 있어 히드로코티손과 병용하면 빠른 증상 개선과 피부 장벽 강화 모두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