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동의 건강과 발전을 함께한
이웃 사람
남방약국
방대석 약사*
경화동과 60년의 시간을 함께한 남방약국은 동네 주민의 건강 상담실이자 동네 발전을 위해 힘을 모으는 구심점이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고, 동네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도 했다. 지금도 365일 문을 열고 이웃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글 편집실 사진 백기광, 윤선우 영상 김수현
# 한결같은 마음으로 60년을 함께한 이웃
창원시 친해구 충장로 329번길.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을 만큼 세월이 느껴지는 동네다. 그 오랜 시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준 골목길로 들어서면 60년간 한결같은 모습으로 길 한편을 지키고 있는 약국이 있다. 1966년 당시 초가집을 인수해 약국 문을 연 남방약국이다.
“이 일대가 다 초가집이었어요. 주거지역이었기 때문에 약국을 열면 잘되겠다 싶었습니다. 또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요. 출입문이 남쪽을 바라보고 있고, 제 성이 ‘방’가여서 ‘남방약국’이라 이름 지었어요.”
마산이 고향인 방대석 약사는 마산공고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약대에 진학했다. 흰 가운을 입고 일하는 동네 약사가 참 멋있어 보여서 ‘나도 약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결심을 현실로 만들었다. 부산대학교 약대 5회 졸업생이자 ROTC 1회로 알찬 대학 시절을 보냈다.
“약대 공부가 참 재미있었어요. 열심히 해서 장학금도 여러 번 받고, 입주과외도 하며 생활비와 학비를 벌었어요. 부모님이 등록금을 보태주시기도 하셨고요. 제가 가르친 학생이 서울에 있는 약대에 진학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학창시절을 부지런하게 보냈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도 다녀온 후 1년간 부산의 대형 약국에서 관리약사로 일했다. 언젠가 내 약국을 차릴 요량으로 이것저것 열심히 배웠다고 한다. 그러다 현재의 자리에 약국을 열었다. 혼자 뭐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됐지만 자신 있었고, 실제 운영도 순조로웠다.
“관리약사 경험도 쌓았고, 패기 가득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겁날 게 없었어요. 약국을 오픈하고 사람들도 많이 왔고요. 당시에 신경통과 근육통약을 잘 짓는다고 소문이 나서 김천, 충무, 대구에서도 약을 지으러 오기도 했어요.”
# 지역 발전을 위해 애쓴 시간들
방대석 약사는 약국 운영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는 지역 발전을 위한 활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노인정을 지을 땅이 없어 건립 추진이 어렵던 때, 방 약사는 사재로 땅을 구입해 기증했다. 운동장에 마땅히 쉴 공간이 없던 경화초등학교에는 야외 벤치도 여러 개 설치했었다. 노인정 내부 가구와 의자 등도 방 약사기부로 마련되는 등 동네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두 손 걷어붙이고 나서서 돕고 해결했다.
“동네에서 약국을 하고 있으니 이웃들이 모두 내 가족 같아요.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힘을 보탰지요. 함께 잘 살아야 하잖아요. 동네 어르신들이 모일 수 있는 곳이 생기고, 초등학교에 쉴 공간이 생겨 사람들이 편리하다고 하니 마음이 참 좋았어요.”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한 적은 없지만 이런 일들이 하나둘 쌓이다 보니 시의원에 당선되어 활동하기도 했고, 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18년 동안 일하기도 했다. 방 약사가 새진해새마을금고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금고의 규모는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고, 이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이룬 성과이기도 했다.
# 365일 주민을 위하는 약국
1939년생인 방대석 약사는 87세의 나이에도 아침 7시에 약국 문을 열고 저녁 7시에 닫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밤 10시까지 약국 문을 열어두었다. 토요일, 일요일은 물론 공휴일도 쉰 적이 없다.
“누구나 아플 때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항상 약국 문을 열어둡니다. 살림집을 겸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건강 문제로 찾아와 저한테 털어놓는 분들이 많았어요. 건강 상담을 해주고 약을 지어주면서 마음까지도 위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매일 문이 열려 있으니 우리 동네 분들은 아파도 걱정이 없다고도 했어요.”
늦은 시간이나 주말과 휴일, 예기치 못하게 약이 필요할 때가 있다. 경화동 일대 주민들은 한걸음에 달려올 수 있는 남방약국이 있기에 걱정을 덜 수 있었던 것. 병원 근처로, 아파트가 생긴 곳으로 옮기라는 주위의 조언도 있었지만, 남방약국을 의지하는 주민들이 6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이제 재개발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럼 약국을 그만두려고 해요. 남방약국도, 골목마다 줄지어선 집들도 다 사라지고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겠지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저와 주민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간직되겠죠.”
드링크류를 약국 한편에 켜켜이 쌓아둘 만큼 여전히 약국 운영에 열심인 방 약사는 오랫동안 직업인으로 활동할 수 있어 약사가 되길 잘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자신과 가족의 삶도 안정적일 수 있었다고도 덧붙였다. 원 없이 약사로 일할 수 있음에 오늘도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