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올바르게 복용하면
이상 無!
매일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일상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꼭 확인해야 합니다.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특정 질환 약이나 불법 약물뿐 아니라 흔히 접하는 약 중에서도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어 운전이나 기계 조작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졸음을 일으키는 대표 약물, 항히스타민제
졸음을 유발할 수 있는 약으로 가장 잘 알려진 약물은 항히스타민제입니다. 감기약이나 알레르기약에 포함된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클로르페니라민(chlorpheniramine),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 등은 졸음 증상이 잘 발생하고, 이 점을 역이용하여 수면유도제로 쓰기도 합니다. 2세대 항히스타민제인 로라타딘(loratadine), 세티리진(cetirizine)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에 비해 졸음 유발이 덜하긴 하지만 개인에 따라 여전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공황장애 등 다양한 상황에 쓰이는 항불안제, 항우울제는 불균형해진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합니다. 도파민이라는 단어를 여기저기서 많이 쓰는데, 도파민도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쾌락과 동기 부여 등에 관여합니다.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은 뇌와 신체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알프라졸람(alprazolam), 클로나제팜(clonazepam) 같은 벤조디아제핀 계열 약물은 복용 후 12시간 이상 다양한 영향이 지속될 수 있으며 그중에 졸음이 포함됩니다.
진정 효과가 있어 졸음을 유발하는 항불안제
항불안제를 신경안정제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정식 용어는 아니나 항불안제를 불안 증상에만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에 용이한 면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 어지러움,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외에서도 많이 사용하는데, 이때 ‘항불안제’라는 약품설명서를 보고 복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약이 진료 과를 넘나들며 여러 용도로 쓰이고, 하나의 질병을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약을 쓰기 때문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편, 항우울제 중에서도 미르타자핀(mirtazapine), 트라조돈(trazodone)은 진정 효과가 강한 편입니다.
심한 통증을 조절하기 위한 마약성 진통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통증을 완화하는 동시에 진정 효과를 나타냅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부작용으로 졸음이나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 복용하거나 용량을 늘렸을 때 자주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듭니다. 한번에 복용하는 양을 줄이고 보다 자주 복용하는 방식으로 졸음 유발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저혈당, 근육이완제 사용도 주의
당뇨병 치료제도 종류에 따라 저혈당을 일으키기곤 하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졸음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운전 중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혈당 상태에서는 손 떨림, 식은땀, 집중력 저하가 나타나고 심한 경우 의식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슐린 주사를 투여하거나 글리메피라이드(glimepiride) 등을 복용하는 경우 저혈당이 나타날 수 있으니 식사를 거르거나 갑자기 활동이 늘어난 날에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근육이완제인 바클로펜(baclofen), 티자니딘(tizanidine) 등은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동시에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 과민성 방광,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에 쓰이는 항콜린성 약물 벤즈트로핀(benztropine), 트리헥신(trihexyphenidyl) 등도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은 약품으로 복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주의해야 할 물질 중 하나입니다. 알코올은 반응속도를 늦추고 판단력을 흐리게 하며, 다른 약물과 함께 복용하면 졸음이나 진정 효과가 크게 증가합니다. 특히 앞서 언급한 약들과 함께 섭취하면 더욱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부작용보다 치료 이득이 더 큰 약물
약에 대해 이야기할 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빠지지 않는데요. 특히 요즘처럼 약으로 인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했다고 여겨질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부작용을 지나치게 걱정하여 치료를 거부해서는 안 됩니다.
약의 부작용은 매우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약 중 하나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에도 수십 가지의 이상반응이 밝혀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수많은 약들의 이상반응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구역, 구토’가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약 복용 때문에 구토를 한 사례는 찾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흔한’ 부작용이라고 표현되는 경우의 발생률이 1~10% 정도이고, 10% 이상이 ‘매우 흔하다’고 표현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당장 치료해야 하는 증상이 있는데도 혹시 나타날지 모르는 부작용을 우려하여 약을 쓰지 않는다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약 부작용에 인한 사고가 일어난다면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위험해지기 때문에 적절한 주의는 필요합니다. 약물에 대한 반응은 나이, 체중, 간 기능, 신장 기능,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에 따라 개인마다 크게 다릅니다. 같은 약을 복용하는 다른 사람이 괜찮다고 해서 자신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특히 복용하는 약물의 가짓수가 많으면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매우 높은 ‘마약’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마약은 마취나 진통 목적으로 나라에서 허가된 방법과 용량에 맞춰 투여하기도 합니다. 이는 다소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모든 약은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약을 이용해 치료하는 것의 이득이 더 크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입니다.
약물의 영향에 대한 올바른 이해 필요
대부분의 경우 약을 처방대로 사용하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약물을 처음 복용할 때는 집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약물이라도 사람마다 졸음의 정도나 지속 시간이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약물 복용과 관련해서는 처방의와 상담하여 복용 시간을 저녁으로 조정하거나, 집에서 쉴 수 있는 날에 복용을 시작해서 몸이 적응할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약을 처방받거나 구입할 때는 망설이지 말고 운전 등 일상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해보세요. 약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적절한 주의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