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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상처 관리, 무색의 강자

여름이면 늘어난 야외 활동과 벌레와의 사투 등으로 피부에 상처가 잘 생기곤 한다. 문제는 덥고 습한 환경이 세균도 빠르게 증식시키기 때문에 작은 상처조차 곪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상처 관리에 제일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 연고와 소독제에 대해 살펴보고, 소독제 중 대표적인 성분인 클로르헥시딘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김민지 해솔요양병원 약사

특이적인 항생제 vs 광범위한 소독제

항생제(Antibiotic)와 소독제(Antiseptic)는 모두 세균의 증식을 억제해서 감염을 예방한다. 다만 항생제가 세균이 증식하는 데 꼭 필요한 특정 단백질이나 효소를 표적으로 작용하는 ‘정밀 유도탄’이라면, 소독제는 세균의 종류에 상관없이 세포막이나 단백질 등을 비특이적으로 파괴하는 ‘폭격기’에 가깝다. 경우에 따라 이 두 가지 모두 필요하기도 하지만, 보통 깨끗하고 가벼운 상처에는 간단한 소독만으로 충분하다.

항생제는 진물이 나거나 상처가 깊어서 세균의 2차 감염이 우려될 때만 잠깐 집중적으로 활용한다. 표적세균에 최적화된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남용하면, 완전히 죽지 않은 세균이 유전형을 조금만 비틀어도 항생제 유도탄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항생제 내성’이라고 하며, 증상 악화와 치료 기간 증가의 원인이 된다.

시중에 팔리는 항생제 연고의 대표적인 성분으로는 무피로신(Mupirocin), 퓨시드산(Fusidic acid), 네오마이신(Neomycin) 등이 있다. 상처 초기, 심하지 않은 피부 상처에는 광범위 항생제인 네오마이신이나 퓨시드산을 사용할 수 있다. 상처가 좀 더 깊고 진물이 나거나 복합 감염이 의심된다면 무피로신이나 네오마이신/바시트라신/폴리믹신B 복합제를 사용해볼 수 있다. 항생제 연고는 세균을 억제하는 힘은 강력하지만 내성 예방을 위해 1~2주 내 단기로 사용할 것이 권장된다.

상황에 맞는 소독제 사용 권장

반면 소독제는 내성 걱정 없이 세균을 전반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상 피부도 자극받을 수 있기에 상황에 맞는 소독제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알코올 순간적인 소독 효과는 뛰어나지만 휘발성이 강해 피부를 건조하게 하고 자극을 유발하기 쉽다. 상처 소독보다는 물품 소독, 주사 직전 피부를 소독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과산화수소수 상처에 사용하면 거품이 올라오며 세균을 죽이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실제로는 조직이나 혈액 내에 존재하는 효소와 반응해서 발생하는 산소일 뿐, 거품의 양은 살균력과 상관이 없다. 오히려 거품은 조직 손상을 의미하기도 하므로 상처 회복 단계에서 너무 자주 사용하다간 상처 회복을 지연할 수도 있다.

포비돈요오드 강력한 소독제로 여러 수술 전후에 활용되며, 특유의 향과 색으로 일반인에게 ‘빨간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효과는 강하나 착색 우려가 있고, 물로 씻으면 살균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에 일상에서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있다. 또 장시간 노출 시 피부 자극, 드물게는 요오드 화상을 유발할 수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소독제

성분명 작용기전 주요 특성 지속성 피부 자극성
알코올
(70% 에탄올/이소프로판올)
세균 단백질 변성, 세포막 용해 휘발성 강해 지속성 짧음
상처 부위엔 자극적, 통증 유발
매우 짧음 강함
(자극, 건조감)
과산화수소수
(3%)
카탈라제에 의해 분해되어 강력한 산화제(활성산소) 발생시켜 세균/세포 파괴 카탈라제가 있어야만 살균력 가짐, 정상 세포/조직도 손상 가능 짧음 강함
(회복 지연)
포비돈요오드 요오드에 의한 세균 단백질 산화 및 무력화로 세포 파괴 강하고 광범위한 살균력
붉은 건조막이 살균력 유지
착색 우려, 요오드 과민자 주의
중간 중간
(과민반응 가능)
클로르헥시딘 세균 세포막 인지질 파괴 장시간 피부 잔류로 소독력 지속, 무색무취 낮음
(비교적 안전)

클로르헥시딘, 무색무취의 조용하지만 강력한 소독제

클로르헥시딘(Chlorhexidine)은 상대적으로 자극이 적고, 내성 우려가 없으며, 잔류 살균력이 높아 의료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성분이다. 클로르헥시딘은 양이온을 띠는 소독제로 세균의 세포막에 정전기적으로 결합해 약화한다. 약해진 세포막을 뚫고 내용물이 유출되면서 세균이 사멸하게 되는데, 항생제와 달리 특정 효소나 단백질에 의존하지 않아 내성 우려가 적다. 또한 색이나 특유의 냄새가 없어 사용에 거부감이 없고, 피부에 머물면서 수 시간 동안 항균 효과를 유지할 수 있어 자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발치 후 구강세정제부터 병원 중심정맥카테터 삽입 부위 소독제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다만 클로르헥시딘도 소독제인 만큼 눈이나 귓구멍, 비강 점막과 같이 신경과 가깝고 예민한 부위 등은 피해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광범위한 손상 부위에 바르거나 대량으로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여름철 상처 관리의 핵심은
청결 유지와 보호

상처 관리는 청결 유지와 외부로부터의 보호가 제일 중요하다. 관리방법을 3단계로 나눠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 이물질 제거와 세정. 이물질이 상처를 파고드는 것을 방지하고 혈관으로 세균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흐르는 물 또는 생리식염수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어준다.

둘째, 소독과 감염 예방. 출혈도 없고 감염 우려가 없는 상처는 바로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거나, 간단히 클로르헥시딘으로 소독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소독 후, 상처 외에 소독제가 흘러내린 부분만 닦아내고 적당히 말려주면 잔존 소독력을 높일 있다. 액상형 소독제를 말리는 것이 귀찮다면 연고나 크림 타입을 활용해보는 것도 좋다. 진물이 심하거나 감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항생제 연고를 병용할 수도 있다. 소독제나 항생제 연고의 사용 빈도는 1일 1~2회면 충분하다. 자주 덧바르고 소독하는 것은 지나치게 피부에 자극을 줌으로써 피부 재생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으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셋째, 보호와 회복. 피부 주위에는 세균이 많기 때문에 상처가 세균이 노출되지 않도록 밴드나 습윤 드레싱제로 상처를 밀봉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처가 크거나 진물이 많다면 두꺼운 습윤 드레싱제를 이용해 적절하게 진물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고, 피부가 땅기거나 건조하면 덱스판테놀이나 보습제를 사용해 각질층의 회복을 도와야 한다.

단, 일주일 이상 연고를 발랐음에도 상처에서 열감이 느껴지고, 색깔 있는 진물이 나온다면 사용 중인 항생제에 내성이 생겼거나 상처 깊숙이 2차 감염이 진행됐을 수도 있으므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