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디지털 기기와 눈 건강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나서, 또는 밤늦게 스마트폰을 하다가 글자가 흐릿하게 보이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눈은 뻑뻑하고, 머리도 좀 무겁고, 목과 어깨까지 단단하게 뭉친 느낌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때때로 혹은 자주 겪는 증상이다. 이대로 계속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괜찮은 걸까?

조아란 한길안과병원 과장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발생하는 시야 흐림 또는 복시, 눈 피로감, 충혈이나 자극감, 그리고 눈 증상은 아니지만 동반된 두통, 어깨와 목의 통증 등을 모두 통합하여 디지털 눈 피로(Digital Eye Strain, DES) 혹은 컴퓨터 시각 증후군(Computer Vision Syndrome, CVS)이라고 한다. 2023년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에 따르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 중 66%가 이런 디지털 눈 피로를 호소한다고 보고됐고,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었던 시기를 따로 분석하면 유병률이 74%까지도 올라갔다. 즉 4명 중 3명이 겪는 정말 흔한 현대 사회의 대표적인 직업병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눈 피로의 원인, 안구건조증

디지털 눈 피로의 발생 과정에는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그중 안구건조증이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눈은 아주 얇은 눈물층이 표면을 한 겹 덮고 있는데, 눈을 계속 뜨고 있어도 최소한 5초 정도는 증발하지 않고 균열되는 곳 없이 안구를 촉촉하게 보호해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건조증 환자들은 이 눈물층이 온전한 상태로 유지되는 시간이 매우 짧아져 있다.

그런데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에 건조증이 없던 정상인도 태블릿을 1시간 이상 시청하고나면 눈물층의 유지 시간이 유의하게 짧아졌다고 한다. 디지털 기기 시청이 반복되면 건조증이 유발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눈이 건조해질까? 바로 눈 깜빡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눈을 깜빡인다는 것은, 눈물을 고르게 펴주고, 먼지를 씻어내고, 눈 표면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단순하지만 눈 건강에 매우 중요한 신경근육활동이다. 우리는 의식하지 않더라도 평소 1분에 15~20번 정도 눈을 깜빡인다. 그런데 화면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깜빡임 횟수가 절반 이상 감소한다.

마치 자동차 와이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앞유리가 뿌옇게 되는 것처럼, 깜빡임이 줄어들면 눈 표면이 마르면서 시야가 흐려진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눈 표면 점막이 점점 마르다가 미세한 상처가 나고 염증이 발생하면서 충혈이나 자극감, 심하면 안통이나 두통을 동반하게 된다.

또한 디지털 기기를 볼 때는 완전히 눈을 감지 않고 살짝만 불완전하게 깜빡이는 경우가 늘어난다. 자동차 와이퍼가 고장 나서 절반까지만 왔다가 돌아가는 것이므로, 이 역시 당연히 건조증을 악화시킨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노트북, 태블릿, 전자책, 스마트폰을 비교했을 때, 깜빡임의 횟수는 모든 기기에서 비슷하게 45~55% 정도 줄어들었는데, 컴퓨터를 사용할때는 그중 56%의 깜빡임이 불완전했던 반면에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는 불완전한 깜빡임이 10%에 불과했다. 스마트폰은 컴퓨터보다 아래쪽에 두고 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깜빡임이 좀 더 수월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눈 건강을 위해서는 컴퓨터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편이 더 나을까? 여기에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근거리 화면을 오래 봐서 생기는 ‘조절 피로’

디지털 눈 피로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기전은 바로 조절 피로다. 우리 눈 속에는 수정체라는 렌즈가 있고, 이 수정체 주변에 모양체근이라는 근육이 있는데, 이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한다. 먼 곳을 볼 때는 저절로 모양체근이 이완하여 수정체가 얇아지고, 가까운 곳을 볼 때는 모양체근이 수축하여 수정체가 두꺼워져서, 우리가 보고 자 하는 곳에 정확히 초점이 맺히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기기는 주로 근거리에서 사용하기 때문에, 화면을 보는 동안 모양체근이 계속 수축한 상태로 긴장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근육 피로에 의한 증상이 나타난다. 근거리 화면을 오래 본 후에는 일시적으로 초점이 안 맞아 시야가 흐려지거나 복시 증상이 있을 수 있고, 심하면 근육에 통증이 발생하여 눈 주변의 뻐근함과 무거운 느낌, 이마쪽의 두통 등이 동반될 수 있다.

이런 조절 피로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노안이 오지 않은 40세 미만의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각각 1시간 동안 시청한 뒤에 눈의 조절력을 측정했더니, 태블릿보다 스마트폰을 시청한 경우에 눈 조절력이 더 심하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절력이 감소했다는 것은 근거리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줄었다는 뜻이므로, 일시적이지만 노안 상태가 유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작은 화면일수록 더 가까이에서 봐야 하고 더 집중적인 시각적 노력이 필요해 눈의 피로도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눈 피로에 있어서 컴퓨터나 스마트폰 둘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최근에는 환자들로부터 블루라이트(청색광)에 대한 걱정도 종종 접하곤 한다. 청색광도 디지털 눈 피로의 원인일까? 청색광이 망막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몇몇 동물 실험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는 했지만, 이는 실험실에서 시행한 고강도 장시간 노출 후에 나온 결과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전자 기기에서 발생하는 노출량과는 차이가 크고, 사람의 눈은 이미 청색광에 대한 다양한 보호 기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험 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물론 일상적인 환경에서 청색광에 계속 노출되는 것이 눈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블루라이트 차단안경이 디지털 눈 피로 예방에 뚜렷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는 점도 고려하면, 지금은 과도한 우려를 가질 이유는 없어 보인다.

소아 근시 악화 주의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건조증도 없고 조절력도 훨씬 좋아 직접적으로 디지털 눈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연구에 따르면 소아에서도 3시간 이상의 화면 시청 후 유의한 건조증이 발생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즉 아이들에게도 장시간의 디지털 기기 시청은 눈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사실 소아에서는 디지털 눈 피로보다 더 주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소아에서는 디지털 기기 시청으로 인해 근시 악화가 발생할 수 있다. 2025년에 발표된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 소아에서 일일 화면 시청 시간이 1시간 증가할 때마다 근시 발생 확률이 21%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릴수록 더 높은 위험도를 보였는데,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일수록 받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근시를 단순히 안경을 썼다가 나중에 시력 교정 수술을 받으면 되는 미용적인 문제로 보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 근시는 시력을 위협할 수 있는 안과 질환의 전단계다. -6.0 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에서는 망막박리, 근시성 황반변성, 녹내장 등 실명 가능성이 있는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어린 나이에 근시가 시작되면 고도근시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데, 고도근시로 인해 발생하는 합병증의 위험성은 성인이 되어 시력교정술을 받는다고 해도 줄어들지 않는다. 따라서 소아의 근시 예방은 매우 중요한 안과적 이슈이며, 근시 진행 억제를 위해 소아의 디지털 기기 시청 시간을 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예방과 관리로 지키는 눈 건강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필수 요소가 되어 이제는 떼어낼 수조차 없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 앞에서 살펴본 건조증이나 조절 피로 등의 악화 요인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해외의 많은 연구에서 공통으로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20-20-20 Rule’이다. 20분마다, 20초 동안, 20피트(약 6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보는 방법으로, 주기적으로 눈을 쉬게 해주면서 멀리 바라봄으로써 수축했던 조절근이 이완되고, 줄었던 깜빡임이 늘어나며, 소아에서는 근시 진행도 늦춰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컴퓨터 화면이 너무 밝으면 눈이 부시고, 너무 어두우면 눈에 힘이 들어가 눈 피로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변 환경과 비슷한 밝기로 맞추는 것이 좋다. 컴퓨터는 최소 40cm 이상 떨어져서 보는 것이 좋으며, 화면이 눈높이보다 약간 아래에 오는 것이 좋다. 잘못된 자세가 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목과 어깨에 부담을 주어 디지털 눈 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바른 자세를 꼭 유지하도록 하자.

건조증 치료를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변의 습도를 올려 가급적 눈물의 증발을 늦추고, 인공눈물을 하루 4~6회 정도 점안하는 것이 좋다. 마이봄샘 기능 장애로 인한 건조증이 동반된 경우, 규칙적인 온찜질도 효과적이다. 40~45°C의 따뜻한 수건이나 전용 온찜질 기구를 하루 2회, 10분 정도 눈꺼풀 위에 올려두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