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쓰림 다스리는 위장약,
복용 전 알아야 할 것들
위장약은 병원 처방도 많고, 이런저런 일로 속 쓰린 분들이 약국에서 자주 찾기도 합니다. 위장약이라는 표현이 친숙하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위장약은 ‘위와 장의 장애에 적용되는 약’ 전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속쓰림에 쓰는 약, 즉 제산제와 위산분비 억제제, 점막 보호제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여기서는 그 의미로 한정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위산을 중화하는 제산제
속쓰림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인 위산은 음식물을 소화하는 데 필요하지만 너무 많이 분비되면 불편함을 일으킵니다. 위산이 과하게 분비되지 않더라도 위산과 위벽을 지켜주는 물질의 균형이 깨지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위장약을 복용해 위 점막을 손상하는 위산을 중화하거나, 위산 분비를 억제하거나, 위 점막을 보호하면 속쓰림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제산제는 이미 분비된 위산을 중화합니다. 처방전 없이 구할 수 있는 제산제에는 대개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알마게이트(almagate)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편, 제산제를 다른 약과 함께 복용할 경우에는 시간 차를 두고 복용해야 하기도 합니다. 일부 항생제는 제산제와 결합해 흡수를 막고, 결국 약효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2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합니다. 또한 위의 산성도가 높아야 흡수가 잘되는 일부 항바이러스제나 철분제 등도 마찬가지로 2시간 이상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 합니다.
장기간 복용은 금물
제산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산성 환경에서 흡수되는 여러 영양소가 제대로 흡수되지 못해서 결핍되기 쉽습니다. 또 제산제의 마그네슘 성분은 설사를, 알루미늄 성분은 변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특히 신장 기능이 감소된 분들은 이 두 성분을 잘 배설하지 못해 전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제산제는 증상을 효과적으로 개선하지만 근본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약은 아닙니다. 체중 감소, 빈혈, 흑색 대변 같은 소화기관 출혈 증상이 있거나 2주 정도 제산제를 복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복용을 중단하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제산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위암 등이 있어도 증상이 나아져서 병을 모르고 키울 수 있으므로 증상 완화 목적으로 일시적으로만 사용해야 합니다.
위산 분비 억제제는 위산 분비 자체를 억제합니다. 일반의약품 중에는 파모티딘(famotidine), 니자티딘(nizatidine) 등이 있습니다. 제산제에 비해 작용시간이 길어 하루에 1~2번 복용하면 됩니다. 처방이 필요한 위산 분비 억제제 중에는 간혹 다른 약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의약품에 포함된 위산 분비 억제제 성분들은 다른 약물의 약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다만 신장 기능이 감소한 분은 정도에 따라 용량을 반으로 줄여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위산분비 억제제를 구입할 때 약사에게 꼭 알려야 합니다. 또한 2주 이상 복용하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없어질 수 있으니 제산제와 마찬가지로 장기간 복용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점막 보호제는 위 점막을 코팅해 위산으로부터 보호해주며 대표적인 성분으로 수크랄페이트(sucralfate) 등이 있습니다. 공복에 복용해서 위산이 나오기 전 위장을 미리 감싸는 역할을 합니다. 이 중에는 흡수를 빠르게 하기 위해 겔이나 액체 형태로 만들어진 약들이 많습니다. 이 약들은 흡수가 빠른 대신 효과가 짧기 때문에 하루에 4번 정도 복용해야 합니다. 현탁액인 약은 가만히 두면 약 성분이 가라 앉으니 복용 전에 흔들어 고루 섞이도록 합니다.
처방약에 빈번하게 포함되는 위장약
속쓰림 증상이 없더라도 알게 모르게 위장약을 복용 중인 분들이 많습니다. 약의 부작용 중 속쓰림은 다른 부작용에 비해서 흔한 편이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가 약을 처방할 때 위장약을 추가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입니다. 또한 위산 분비를 늘리는 원인 중 ‘약’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약을 먹을 땐 무조건 위장약도 함께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종종 봅니다.
하지만 모든 약이 속쓰림 부작용을 가지고 있지는 않으며, 대부분의 경우 충분한 양의 물과 함께 복용하면 위장 부작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위장약을 반드시 함께 복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 국민의 뇌리에 박혀 있는 ‘식후 30분에’라는 약복용 지침이 생긴 이유 중 하나도 위장관계 부작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위장약 복용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몇 년 전의 라니티딘 사태였습니다. 위장약 성분 중 하나인 라니티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죠. 그 전에 다른 계통 약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에는 문의 전화가 계속 오는 등 여파가 컸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동료들은 매우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해당 약을 처방받은 사람들보다 라니티딘을 처방받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라니티딘 사태 때는 조용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가게 된 까닭은 복용 중인 약에 위장약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셨기 때문 아닐까 생각됩니다. ‘위장약에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뉴스에 나오네~ 다행히 난 지금 당뇨약을 먹지, 위장약은 안 먹고 있어서’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권장 복용량 넘기지 않게 주의
기저질환이 있어 약을 복용 중이라면, 처방받은 여러 약 중 위장약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러니 정기 복용 약물이 있다면 위장약 포함 여부를 꼭 확인하고, 권장 복용량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 후 필요에 따라 다른 계통의 위장약을 추가로 사용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산제나 위산 분비 억제제를 이미 복용 중이라면 점막 보호제를 추가하거나, 점막 보호제를 복용 중이라면 제산제나 위산분비 억제제를 추가하는 식이죠.
다만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2주 이상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약에만 의존하지 말고 반드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