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위협
귀 질환 바로 알기
눈이 침침해지거나 무릎이 시큰거리면 바로 병원을 찾지만, 귀 건강은 대체로 뒷전이 되곤 한다. 귀는 단순히 소리를 듣는 기관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세상의 이야기를 전해주며, 몸의 균형까지 관여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귀 건강을 소홀히 하면 대화가 단절되고 사회적 활동이 위축되며 일상생활의 만족도도 크게 떨어진다. 귀 건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글 강병철 울산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청력이 저하되면 사람들은 소외감을 더 쉽게 느끼고, 우울감이나 인지 기능 저하,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귀 질환은 초기에 증상이 미미해 ‘나이가 드니 잘 안 들리는 게 당연하지’ ‘삐 소리 같은 게 나지만 조금 지나면 나아지니 괜찮겠지’ 하고 가볍게 넘기기 쉽다. 그러나 작은 이상도 방치하면 만성적인 문제로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기적인 귀 검진은 청력 저하를 조기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며, 보청기 착용이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특히 돌발성 난청처럼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어려운 응급 질환은 증상 발생 후 3일 이내 치료를 시작해야 회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외에도 귀는 균형 감각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유 없는 어지럼증이 반복된다면 반드시 검진을 받아야 한다.
귀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환들
난청(청력 저하)
노인성 난청: 나이가 들며 점차 청력이 떨어지는 현상으로, 특히 고음역대 소리부터 잘 들리지 않는다.
소음성 난청: 시끄러운 환경에 오래 노출될 때 발생하며, 최근에는 개인용 음향 기기 등의 영향으로 학생들에서도 발생한다.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예방이 중요하다.
돌발성 난청: 갑자기 한쪽 귀가 들리지 않는 질환으로,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대부분 특별한 원인이 없으나, 유발 원인이 있는 경우도 있으므로 정확한 진료와 검사가 필요하다.
이명
귓속이나 머릿속에서 ‘삐’ ‘윙’ ‘쉬-’ 같은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다. 장기간 지속되면 수면장애, 스트레스, 우울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 난청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원인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이염
고막과 고막 안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아이들의 경우 급성 중이염, 삼출성 중이염이 흔히 발생하는데 통증과 발열, 귀 먹먹함이 나타나지만 정확히 증상을 호소하지 못할 수 있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어른들에서는 고막 천공을 통해 귀에서 고름이 나오고 청력이 떨어지는 만성 중이염의 형태로 나타나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난청이 가속화되거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외이도염
주로 여름철에 수영 후 귓속에 물이 고이면서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귀가 가렵거나 통증이 있을 때 방치하면 염증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예방과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
메니에르병
귓속 내림프액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성 질환으로, 어지럼증·이명·청력 저하·귀 먹먹함이 함께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발작적으로 심한 어지럼증이 반복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주며, 방치하면 청력 손실이 점차 진행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귀를 건강하게 지키는 생활습관
귀 파는 습관 줄이기 귀지는 먼지와 세균으로부터 귀를 지켜주는 보호막이다. 억지로 제거하다 귓속에 상처를 낼 수 있으니 필요하면 병원에 방문하도록 한다. 목욕 후 면봉으로 젖은 귀를 닦아내기보다는 물기를 털어낸 뒤 드라이기로 미지근한 온도에서 30초가량 가볍게 귀를 말려주는 것이 좋다.
이어폰 사용 주의하기 볼륨은 최대 60% 이하, 사용 시간은 한 시간마다 10분 이상 쉬어주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 많이 사용하는 무선 이어폰은 귓속을 밀폐해 소리를 더욱 크게 전달하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하면 청력 손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 통화·음악 감상 시간을 줄이고 필요할때만 착용하며, 귀에 바람이 통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다. 장시간 착용 후에는 귀 주변을 가볍게 마사지해 혈액순환을 돕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귀 보호하기 공사장, 콘서트장, 클럽처럼 소음이 큰 장소에서는 귀마개를 착용한다. 한 번의 큰 폭발음이나 총성에도 청력이 손상될 수 있다.
감기 예방하기 감기는 중이염의 주요 원인이다. 손 씻기와 개인 위생 관리를 생활화하는 것이 귀 건강을 지키는 기본 수칙이다.
보청기 적극 활용하기 노화에 따른 청력 저하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를 수용하고 보청기를 착용하면 대화가 편해지고, 뇌 자극에도 도움이 되어 인지 기능 저하와 치매를 늦출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보청기는 안경이나 돋보기와 같이 건강한 생활을 위한 도구다. 보청기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필요한 경우 알맞은 보청기를 구입해 청각 재활을 시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가격과 상관없이 개인에게 맞는 제품을 착용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상담 후 보청기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귀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은 기관이다. 작은 이상 신호라도 놓치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과 생활 속 관리로 미리 지켜야 한다. 귀 건강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소리를 잘 듣는 차원을 넘어 사람과의 소통, 사회적 관계, 더 나아가 건강한 삶 전체를 지키는 일이다. 소리 없는 위험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관심과 조기 관리다.
궁금해요! 귀 통증
Q. 비행기를 탈 때마다 귀가 먹먹하고 통증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외부 압력과 고막 안쪽의 기압차가 있을 때 압력 균형 유지를 하는 이관이 닫혀서 생기는 증상입니다. 침을 삼키거나 하품을 하거나 껌을 씹게되면 이관이 열려 증상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코와 입을 막고 뺨에 바람을 불어넣는 발살바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코감기, 비염, 중이염이 있는 경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여행 전에 미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평상시보다 비행기 탑승 시 증상이 심하다면 중이염 등 귀 질환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Q. 귀 통증은 중이염이 있을 때만 나타나는 증상인가요?
A. 귀가 아플 경우 가장 먼저 중이염을 떠올리는데, 중이염뿐만 아니라 여러 귀 질환에 의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귀를 심하게 후빈 후 외이에 상처가 생겨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외이에 종기가 생기면 심하게 아플 수 있습니다. 귀(중이)와 코 뒤쪽 사이에 있는 이관이 막혀 있는 경우에도 생길 수 있고, 부비동염(축농증)이 있는 경우에도 나타납니다.
Q. 아직 말을 못하는 아기가 보채면서 귀를 자꾸 비비고, 잡아당기는 행동을 할 때, 귀에 이상이 있는 걸까요?
A. 의사 표현을 못하는 영아가 보이는 이런 증상은 급성중이염이 있을 때 흔히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과 함께 잘 먹지 않고 보채면서 열이 있다면 중이염을 의심할 수 있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의사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자주 묻는 귀 건강 Q&A
Q. 가끔 귀에서 ‘삐’ 소리가 나는데 병원에 가야 하나요?
A. 짧게 나타나는 이명은 대부분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소리가 오래 지속되거나 강도가 올라가 수면과 집중에 지장을 준다면 청력을 포함한 귀 상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어지럼증이 귀 이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나요?
A. 네. 귓속에는 균형을 담당하는 평형기관이 있어 이상이 생기면 주변이 빙빙 도는 듯한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단순히 컨디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Q. 큰 소리에 한 번만 노출돼도 귀가 손상될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콘서트, 폭발음, 총성 같은 큰 소리에 단 한 번만 노출돼도 ‘음향외상성 난청’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반드시 귀를 보호해야 합니다.
Q. 비싼 보청기가 더 좋은 건가요?
A. 아닙니다. 보청기는 가격보다 ‘나에게 맞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귓속형, 귀걸이형 등 다양한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이식형 골도 보청기나 인공와우가 필요하기도 하니 전문의와 상담 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