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수면의 연결고리를 푸는
콧물과 기침으로 밤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휴지를 찾아 뒤척거린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다음 날에 몰려온 피곤으로 인해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고 회복도 더뎌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인데,
이 때문에 일부러 졸음이 오는 감기약을 찾아 자기 전에 복용하기도 한다. 감기약으로 처음 개발되었으나 잠이 오는 부작용이 있어
수면유도제로도 많이 활용되는 ‘디펜히드라민’에 대해서 알아보자.
글 김민지 해솔요양병원 약사
알레르기부터 불면증까지,
70년 역사의 항히스타민제
‘디펜히드라민’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은 194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1세대 항히스타민제이다. 항히스타민제란 히스타민을 억제하거나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으로 많은 감기약과 두드러기약이 이기전을 활용해서 제조된다.
히스타민은 외부 자극을 받으면 체내에 방출되는 물질로, 감염 등 위험 징후를 알림으로써 외부 물질을 배출하게 돕는 신호탄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과도한 히스타민은 혈관을 확장하고 부종과 두드러기를 유발하며 콧물, 재채기, 기침과 같은 알레르기나 감기 증상을 유발하게 된다.
디펜히드라민은 히스타민 수용체를 차단하여 이러한 불편한 증상들을 완화하는데, 다른 항히스타민제에 비해서 피부 침투가 잘되고 화학 구조가 안정적이라 먹는 약 외에 습진, 벌레 물림, 두드러기와 같은 피부 염증에 바르는 약에도 활용되곤 한다.
히스타민은 뇌의 각성을 유지하는 역할도 하는데, 항히스타민제인 감기약은 이를 억제한다. 그래서 감기약을 먹으면 나른하고 졸릴 때가 있는 것이다. 특히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디펜히드라민은 이후에 개발된 약들과 달리 뇌장벽을 잘 통과하여 각성 작용을 강하게 억제하기 때문에 더욱 졸릴 수 있다. 실제로 디펜히드라민은 여러 임상시험에서 수면 효율 증대와 수면 시간 연장 효과를 인정받아 수면유도제로도 많이 활용된다.
과학이 증명한 감기와 수면의 관계
감기에 걸렸을 때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의 중요성은 여러 임상시험에서도 증명된 바 있다. 하루 7시간 미만 자는 사람들이 8시간 이상 자는 사람들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2.94배 높다는 연구 결과 외에도 양질의 수면과 면역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 충분한 수면은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여서 면역 장벽을 튼튼하게 하며, 우리 몸의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고 감기 등 질병으로부터의 회복을 돕는다. 또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춰 염증 반응을 줄이고 몸의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을 전반적으로 완화한다.
하지만 감기에 걸린 사람들 대부분은 콧물과 기침 증상으로 수면 효율성 저하를 경험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양질의 수면이 더욱 필요한데, 감기 증상 때문에 숙면이 어려운 악순환이 초래되는 것이다.
회복과 숙면을 위한
환경 점검부터 약물까지
감기의 빠른 회복과 양질의 숙면을 위해서는 수면과 관련된 평소 습관과 환경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적절한 온습도
평소 숙면을 위한 적절한 실내 온도는 20~22도 정도로 약간 서늘한 편이 좋다. 하지만 감기에 걸렸을 때는 기초 체온이 올라가 평소보다 추위를 느끼기 쉽고, 약간 높은 체온이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항하는 힘을 올려주기 때문에 개인이 쾌적하게 느껴지는 온도로 맞춰주는 것이 좋다. 단, 땀을 빼기 위해서 과도하게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숙면을 해칠 수 있다. 또 실내 습도를 50~60% 정도로 유지하여 코나 구강, 기관지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촉촉한 점막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내가 너무 건조해지지 않도록 젖은 수건을 걸어두거나 가습기, 화초 등을 활용해서 적정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입을 벌리고 자는 습관이 있다면 구강이 더 쉽게 말라 감염에 취약해지므로, 비염이나 관련 질환 여부를 검진받거나 입 테이프, 보조기구 등을 활용하여 습관을 교정하도록 한다.
빛 자극 차단
빛의 자극은 양질의 수면을 유지하는 멜라토닌의 합성을 떨어트린다. 취침 1시간 전부터 핸드폰이나 TV 시청을 피하고, 침실은 완전한 암막 상태로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
카페인의 긴 여운
카페인의 반감기(약물 등 물질의 체내 농도가 반 이하로 감소하는 데 걸리는 시간)는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5~6시간 정도이고 때로는 2~10시간까지 변동될 수 있다. 점심식사 후에 마신 커피 한 잔의 영향이 밤까지 지속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후 2시 이후부터는 카페인 섭취를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취침 전 신체 이완
운동은 건강에 좋은 습관이지만, 취침 3시간 전부터는 고강도 운동을 피하는 것이 좋다. 교감신경을 활성화해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감기 증상이 있을 때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므로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정적인 요가 등으로 대체하도록 하자.
취침 1~2시간 전, 따뜻한 목욕은 혈액순환을 도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긴장된 신체를 이완시켜 자연스러운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단, 열탕이나 사우나처럼 너무 뜨거운 곳은 각성을 유발하는 교감신경을 자극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수면을 돕는 약
수면 환경과 습관을 재정비하였음에도 잠이 들기 어렵다면 약물의 도움을 고려해볼 수 있다. 수면과 관련된 대표 영양소 멜라토닌은 자연 수면 호르몬으로 수면-각성 리듬 조절에는 효과적이지만 감기 증상 완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반면, 처방이 필요한 수면제인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약물들은 강력한 수면 효과를 보이지만 의존성과 내성의 위험이 있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디펜히드라민이 포함된 감기약을 복용하면 콧물, 재채기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적절한 수면 유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디펜히드라민은 복용 후 약 15~30분 내 효과가 나타나고 2~3시간 후 혈중 최고 농도에 도달한다. 잠들기 전에 복용했을 때 최적의 수면 유도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디펜히드라민의 반감기는 약 7~9시간 정도로 적절한 수면 시간과 유사하다. 한편, 디펜히드라민과 함께 대표적인 수면유도제인 독실아민의 경우 반감기가 10~12시간으로 수면 시간이 짧다면 낮 동안 졸린 느낌이 더 오래 유지될 수도 있다.
효과적인 회복을 위한 선택
디펜히드라민은 감기로 인한 불편한 증상을 완화하면서 동시에 회복에 필요한 양질의 숙면을 돕는 실용적인 성분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짧은 반감기 덕분에 밤에 복용해도 다음 날 오전 업무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어, 바쁜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약물이 그렇듯, 디펜히드라민도 복용 시 주의할 점이 있다. 녹내장, 전립선 비대증, 심한 천식 환자는 복용 전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복용 후 8시간 이내에는 운전이나 기계 조작을 피해야 하며, 알코올과 동시 복용을 금한다.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자는 졸린 상태로 활동하면 낙상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감기는 누구나 겪는 일상적인 질병이지만, 그로 인한 수면 방해는 회복을 지연하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적절한 약물의 도움과 함께 올바른 수면 습관을 병행한다면, 감기로부터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