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우울증,
뇌에 자기장 쏘아 극복
우울증을 자기장으로 치료하는 시대가 왔다. 가만히 앉아 3분 정도 자기장을 쐬면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
우울증뿐만 아니라 ADHD, 인지기능 장애, 만성 통증 등에도 효과가 있어 다양한 분야의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글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25살 청년 권 씨는 수년 전부터 외출을 하지 않고 방에서만 지내기 시작했다. 다니던 학교도 휴학하고 하루 종일 잠자는 시간이 늘었다. 보다 못한 부모가 정신건강의학과에 데려갔더니 우울증으로 진단받았다.
권 씨는 약물 처방을 받았으나 매일 약을 챙겨먹지 못했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는 약물 복용수용률이 낮다. 그랬던 권 씨가 최근 외출이 늘고 헬스클럽에 다니며 운동도 시작했다. 우울증이 나아진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전두엽을 자극하는 TMS 치료
권 씨의 호전은 자기장 자극 치료(TMS·Trans cranial Magnetic Stimulation, 경두개 자기자극술)를 받은 덕분이었다. 우울증은 대개 약물로 치료한다. 하지만 약물은 졸음, 소화불량,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환자들이 임의로 약을 끊거나 줄이기도 한다. 약물치료 중에 우울증이 더 악화된 경우를 흔히 보는데, 대개 여러 이유로 환자들이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결과다.
약물 치료를 대신할 치료로 최근 새롭게 부상한것이 TMS다. 자기장 에너지로 우울증 발생 근원인 전두엽 부위를 자극,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우울증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우울증은 뇌의 전두엽 바깥쪽 활동이 저하되고 반대로 뇌 안쪽 편도체 부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뇌의 전두엽 바깥쪽은 판단, 의욕, 관심 등에 관여한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무력감에 빠지고 우울증이 온다. 편도체는 불안, 슬픔, 자기혐오, 공포 등의 감정을 관할하는데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불안, 우울감이 커진다.
3분으로 끝나는 간편한 치료
자기장 자극으로 전두엽 바깥쪽을 활성화하면, 의욕이나 사고력이 정상적으로 스위치 온(on)되고, 편도체의 과도한 활동은 오프(off)되는 것이 TMS 치료 작동 원리다. 매일 또는 매주 지속적으로 해야 치료 효과가 좋고, 보통 30회 정도를 권장한다.
치료 방법은 환자가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머리에 TMS 장치를 갖다 대면 자기장이 머릿속으로 발사되는 방식이다. 부작용이 거의 없는 비침습적인 치료법이다. 자기장은 MRI 촬영에도 사용되는데, 임산부도 MRI를 찍을 수 있을 만큼 인체에 무해하다.
또한 TMS는 마취가 필요 없어 시술 후 일상생활이 바로 가능하다. 이런 편의성 때문에 적용 대상이 다양하다. 시술 시간도 5~15분 정도이고 의자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되므로 직장인도 회사 생활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최근 업그레이드된 뉴로스타 4세대 장치는 치료 시간을 3분으로 단축했다.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기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약물을 투여해도 치료가 안 되거나 약물투여가 어려운 환경에 있는 환자들은 TMS 치료만 받기도 한다. 약물 치료를 받는 우울증 환자의 약 30%는 완치가 되지 않는다. 이를 치료 저항성 우울증이라고 하는데, 이런 환자들에게도 TMS가 치료 대안으로 꼽힌다.
ADHD, 인지기능 저하 등에도 효과적
TMS는 이마 근처 두피에 접촉되는 코일 부분이 1mm만 떨어져도 자기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또 전두엽의 정확한 지점에 자극이 충분히 도달하지 않을 경우에도 효과가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신 TMS 장치는 접속 센서가 장착되어 코일이 정확한 타깃 지점에 위치했을 때와 위치에서 벗어났을 때를 안내해준다. 환자의 움직임으로 인해 센서 접촉이 떨어질 경우, 이탈한 시간이 자동으로 기록돼 놓친 치료량을 추적·보강할 수 있다.
자기장 자극은 인체에 무해하기에 우울증을 앓는 청소년에게도 쓰인다. 산후우울증을 앓는 여성도 수유에 지장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TMS는 모유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반면, 약물 치료 시에는 모유에 약물 성분이 일부 남을 수 있다.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환자에게 TMS 치료를 했더니 증상이 호전되었다는 연구 논문도 나왔다. 인지기능이 떨어진 고령자에서 인지기능이 좋아졌다는 보고도 있다. TMS가 우울감과 기분 저하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판단력 회복을 돕고 수면이 잘 이뤄지도록 하며 피로감도 줄이기 때문이다.
만성 통증 치료에 활용 기대
미국에서 TMS의 활동 범위는 점점 확장되고 정밀해지고 있다. 뇌영상(fMRI, DTI 등)을 이용해서 환자 뇌 회로 특성에 맞춘 자극 타깃을 선정하여 쏜다. 이를 통해 우울증 이외의 영역, 즉 중독이나 만성 통증 치료에도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TMS의 부작용으로 두통, 자극 부위 두피 불편감, 얼굴 근육의 저림 등이 생길 수 있으나 심각한 부작용은 매우 드물다. 다만 뇌동맥류 치료로 사용한 금속 클립 또는 코일, 부정맥 등을 위해 심박조율기나 약물펌프 같은 이식형 전기 장치가 있는 사람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 또한 아직 누가 TMS에 잘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 마커와 임상 지표가 정립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향후 TMS 방식의 진화 및 뇌영상과의 조합으로 TMS 치료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날로 늘어나는 현대인의 우울증을 자기장 자극으로 극복하는 시대가 밝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