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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전신 노출은 줄이고,
필요한 곳엔 빠르게

아픈 목 때문에, 또는 잘못 깨문 입안 상처 때문에 아이가 평소 좋아하던 것도 먹지 못할 때, 딱 아픈 그 부위의 통증만 진정시켜줄 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함께 늘어난 인후염, 구강질환에 활용하기 좋은 외용제 ‘벤지다민’에 대해서 알아보자.

김민지 해솔요양병원 약사

벤지다민, 염증과 통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약

벤지다민(benzydamine)은 1960년대 이탈리아의 한 연구소에서 부작용이 덜한 소염진통제를 찾는 와중에 개발된 약물로, 일반적인 소염진통제와는 달리 마취 효과까지 가지는 특징이 있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하거나 물리적 자극이 가해지면 면역세포들이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 매개체를 분비하고, COX 효소가 활성화되어 프로스타글린딘이라는 염증성 물질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혈관이 확장되고 부종이 생기며 통증이 발생하는데, 기존의 소염진통제가 주로 이 COX 효소를 억제하는 반면, 벤지다민은 TNF-α, IL-1β와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 억제를 주요 기전으로 한다. 동시에 통증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을 억제하여 마취 효과를 내는데, 국소 적용 시 5~10분 내로 빠르게 통증도 억제할 수 있다.

염증 부위에 선택적으로 축적이 잘되고 통증을 빠르게 억제할 수 있어, 벤지다민은 상처 부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가글, 스프레이, 질정 등 다양한 외용제로 두루 활용되고 있다.

임상 연구가 입증한 효과

구강 염증성 질환에는 가글, 스프레이 제형의 벤지다민이 자주 활용되는데 실제로 발치나 임플란트 시술 후 환자의 통증과 염증을 경감시켜 항생제나 진통제의 추가 사용을 줄여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외에도 암 환자의 방사선 치료 과정 중 발생한 구강 점막염에 벤지다민 가글을 사용한 환자군이 사용하지 않은 위약군에 비하여 통증 점수가 유의미하게 낮았고 음식 섭취 유지율도 높았다. 이는 단순히 불편감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환자의 치료 지속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소아 환자에서의 국소 치료 활용

어린아이들은 면역과 신체 조절 능력이 미숙하여 자주 감기에 걸리거나 다치며, 유치가 영구치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통증을 겪거나 입안을 잘못 깨물어 상처가 생기기 쉽다. 게다가 간식 섭취가 잦은 반면 구강위생 관리가 서툴러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듯 성장기 아이들은 구내염이나 인후염에 자주 노출되지만, 삼킴 조절이 미숙해 알약 복용이 어렵고 심한 통증 때문에 약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미한 상처나 염증까지 반드시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 환부만 국소적으로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벤지다민 스프레이는 환부에 직접 뿌리는 것만으로 빠른 진통과 항염 효과를 얻을 수 있어 간편하고, 약으로 인한 전신 부작용 위험도 먹는 약에 비해 적다.

고령 환자에서의 안전한 대안

고령 환자에서는 다약제 복용으로 인해 전신 소염진통제 사용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위장관 출혈, 신장 기능 저하와 같은 위험 때문에 약물 선택에 제약이 크기 때문이다. 벤지다민은 국소 제제로서 이러한 전신 부작용 우려가 적다. 따라서 고령 환자의 구강 점막염, 틀니 사용으로 인한 구강 통증 관리 등에서도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항생제 남용을 줄이는 합리적 선택

대부분의 감기는 세균보다 바이러스로 인한 발병률이 더 높은데, 바이러스가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항생제가 꼭 필요하진 않다. 불필요한 항생제 남용은 오히려 내성균을 발생시킬 위험이 있고, 장내 세균총을 교란해 설사나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장 점막에는 우리 몸 면역세포의 약 70%가 분포해 장내 세균총의 균형이 무너지면 감염 방어력도 크게 약화된다. 실제로 장내 유익한 미생물이 유지될수록 상기도 감염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재감염 위험도 줄어든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불필요한 항생제를 피하고 장 건강을 지키는 것이 회복 기간 단축과 면역력 증진에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된다. 과도한 항생제 사용을 지양하고 벤지다민 가글이나 스프레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인후통과 불편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임상 경험과 연구들은 벤지다민이 단순한 보조요법이 아니라, 항생제 사용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중요한 치료 옵션임을 보여준다.

구강 건강을 지키는 생활습관부터
도움이 되는 약

평소 구강·인후질환을 자주 앓는다면 생활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구강 점막 유지

가장 중요한 것은 구강 점막 장벽을 촉촉하게 유지하여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구강 점막이 마르면 감염에 취약해지기 쉬운 만큼 가습기 등을 활용하여 적정 실내 습도를 유지하도록 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로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이런 음식은 염증을 악화하기에 피하도록 한다. 양질의 단백질과 오메가3,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아연, 프로폴리스 등 염증과 면역 강화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들을 보충하면 점막 강화와 세포 재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칫솔질은 더 열심히

염증이 있을 때는 통증 때문에 칫솔질이 힘들어 소홀해지기 쉽지만, 오히려 세균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더 세심한 구강 위생 관리가 필요하다.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도록 하며, 수시로 생리식염수나 미지근한 물로 입안을 가볍게 헹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면과 스트레스 관리

부족한 수면과 심한 스트레스는 면역 기능을 떨어뜨리고 타액 분비를 감소시켜 구강 자정 작용을 방해하며, 이갈이, 볼 깨물기 같은 습관을 유발해 염증을 악화시킨다. 좋아하는 취미 활동, 산책, 운동, 명상 등을 활용하여 틈틈이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국소 제제 활용

통증이 심할 때는 국소 제제를 활용할 수 있다. 포비돈요오드는 구강 내 세균이나 바이러스 억제에 효과적이라 감염성 인후염에서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6세 미만에서는 사용이 어렵고 장기간 사용할 경우 점막 자극이나 갈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리도카인 겔은 국소 마취 효과로 빠르게 통증을 줄여주지만 염증을 완화하지는 못한다. 소염진통제 가글은 인후부의 통증과 염증완화에 효과가 있지만 대부분 삼킴을 완전히 조절할 수 있는 12세 이상에서만 권장된다.

벤지다민은 소염과 진통을 동시에 제공하고, 스프레이 제형을 활용한다면 매우 어린 나이부터 고령자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어 임상적 활용 범위가 넓다.

벤지다민 스프레이의
올바른 사용법과 주의사항

벤지다민 스프레이는 구강 염증 부위에 직접 분사하면 되는데, 인후염을 완화할 목적으로 사용할 때에는 목 뒤쪽을 향해서 뿌리면서 숨을 들이마시면 약물이 더 깊숙이 도달할 수 있다. 성인은 한 번에 4~8번씩 분무하는 것을 하루 2~6회 반복할 수 있으며 소아는 연령, 몸무게에 따라 투여량을 조절한다. 약물 사용 후 최소 30분은 음식물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사용 초기에 작열감이나 일시적인 무감각이 생길 수 있으나 대부분 정상 반응이다. 알레르기 반응이나 불편감이 지속되면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하고, 3~7일간 사용해도 호전이 없으면 의사의 진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소염진통제나 약물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 광과민 반응이 있는 환자, 매우 어린 소아는 전문가 상담 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