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안전한
약물 사용 환경을 위하여
아이에게 약을 먹일 때면 여러 가지 의문이 듭니다. 성인에게도 쓰는 약을 용량만 줄여서 주면 되는 것인지, 부작용은 없을지, 여러 종류의 약을 먹여도 괜찮은지 등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어린이에게 약물을 투여할 때 어떤 주의사항을 지켜야 하는지 알아봅니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신체가 작을 뿐 아니라 약물에 대한 반응 정도가 달라, 성인과 같은 질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 성장하는 과정에서 신체 발달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므로 같은 나이대라 할지라도 약물에 대한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약물의 용량 설정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어린이는 나이와 발달 단계에 따라 약 흡수 등 대사과정이 모두 다르므로 키, 체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용량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은 12세 이하의 소아에게 한 번에 체중 1kg당 10~15mg을, 하루 최대 5회 복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하루에 최대 1kg당 75mg까지 복용할 수 있지요.
동아제약의 아세트아미노펜 시럽제제인 빨간색 포장지 챔프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겠습니다. 빨간색 챔프시럽에는 1ml당 아세트아미노펜이 32mg 들어 있습니다. 만약 아이가 10kg이라면 한 번에 100~150mg를 복용할 수 있습니다. 시럽 부피로 따지면 3.2~4.6ml에 해당하며, 하루 최대 23.4ml까지 복용할 수 있지요.
아세트아미노펜은 어린이와 임산부도 사용할 수 있는 해열진통제이지만, 권장 용량을 초과하여 사용할 경우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정확한 용량 계산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매번 모든 약의 양을 보호자가 계산하기란 아주 번거롭고 실수하기도 쉬운 일입니다. 그래서 약 포장지에 아이의 나이와 몸무게별로 어떻게 양을 조절하면 되는지 안내하고 있으니 이를 유의해 지키면 됩니다. 정확한 용량 측정을 위해 눈금이 표시된 컵이나 스푼, 시럽병 같은 계량 도구를 사용해야 합니다.
약을 잘 먹이는 방법
어린이에게 약을 잘 먹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린이들은 약의 맛이나 냄새, 제형 때문에 복용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을 분유나 요구르트 같은 음식이나 음료에 섞어 먹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일부 약물은 특정 음식과 함께 복용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약을 처방받거나 구입할 때 확인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약은 음식에 섞어 먹여도 무방하나 주의사항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항생제나 철분제는 우유나 분유에 섞으면 약의 흡수가 줄어들어 약효가 저하됩니다. 그리고 너무 뜨거운 음식에 약을 섞으면 약 성분이 변하거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소량의 설탕물에 섞어 먹이는 것은 안전한 방법으로 알려졌지만, 섞은 채로 오래 두지 말고 먹이기 직전에 섞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복용량을 다 먹이지 못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약을 섞는 음식이나 음료의 양은 최소로 합니다.
시간과 양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
아이에게 약물을 올바르게 투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약물 사용시간은 보호자와 아이의 생활 리듬을 고려해 정하면 됩니다. 하루에 3번 사용해야 하면 8시간마다, 4번 사용해야 하면 6시간 간격으로 사용합니다. 연고같이 바르는 약의 경우, 어린이는 피부 흡수력이 높으니 과량을 사용하지 않도록 얇게 발라줍니다.
또한 처방된 약은 용량과 기간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증상이 나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항생제의 경우 증상이 좋아졌다고 복용을 중단하면 내성균이 생길 수 있으니 처방된 기간 동안 끝까지 복용해야 합니다.
시럽은 가만히 두면 약 성분이 밑으로 가라앉기 때문에 먹이기 전에 몇 번 흔들어 약이 충분히 섞이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흔들면 거품이 생겨 정확한 양을 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포장과 보관에도 주의
어린이의 약 오남용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 중 하나는 의약품의 포장 안전 기준입니다. 단맛이 나는 시럽은 아무리 숨겨놔도 어린이가 찾아내 전부 먹어버리는 사고가 종종 일어납니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어린이가 쉽게 개봉할 수 없도록 어린이 보호 포장이 개발되었습니다. 누른 상태로 돌리는 뚜껑, 양쪽을 동시에 눌러야 열리는 뚜껑, 밀어서 여는 블리스터 포장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포장은 어린이의 손 크기와 힘, 인지 능력을 고려하여 설계되며 국제 표준 시험을 거쳐 효과가 검증됩니다.
가정에서는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약을 보관하고, 헷갈릴 수 있는 다른 용기에 옮겨 담지 않으며, 사용 후 즉시 원래의 용기에 넣어 잠가두어야 합니다. 또한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치료기간이 끝났거나, 개봉 후 한 달이 지난 약은 근처 약국이나 보건소 등의 전용 수거함에 바로 폐기해야 합니다.
성인이 사용해야 할 약을 부적절하게 보관하거나 폐기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소량으로도 어린이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 향정신성 의약품, 심혈관계약물, 당뇨병 치료제 등은 더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소아·청소년에게
안전한 약물 사용 환경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소아·청소년에 대한 의약품 적정사용 정보집’을 제공합니다. 이 자료는 의사와 약사를 대상으로 소아·청소년의 의약품 처방, 조제 시 주의사항을 안내하는데,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인 만큼 보호자들이 읽어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보호자 또한 어린이에게 약을 처방, 조제, 투여할 때 어떠한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 알면, 약의 용량과 용법을 정확히 지키고 부작용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할지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는 면역체계가 불완전하여 질병에 노출되기 쉽고, 이로 인해 약을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의료진과 보호자가 모두 주의 깊게 관리한다면 소아·청소년에게 안전한 약물 사용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