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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부정맥, 고혈압 잡는
몸에 붙이는 심전도,
손가락에 끼는 혈압계

건강검진에서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암이나 뇌졸중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있다. 숨은 질병을 찾아내기에 한계가 있는 검사 시스템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24시간 검사 장비를 몸에 부착해서 질병을 찾아내는 새로운 시스템이 등장했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

현대 의학의 질병 진단은 병원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CT, MRI, 심혈관조영술 등 고도화된 진단장비가 병원으로 모이게 됐기 때문이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 검사받고, 그 결과가 질병 기준에 부합하면 특정 질병 환자가 되는 식이다.

이런 진단 시스템의 맹점은 질병 상태임에도 병원 검사를 할 때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멀쩡한 상태로 오해되어 질병 진단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간헐적으로 증세가 생기는 부정맥과 수면 또는 새벽 고혈압이다.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발달로 이러한 진단 맹점이 해결되고 있다. 간단히 착용하는 도구로 24시간 연속 심전도와 혈압을 체크할 수 있게 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발현하는 질병 증세를 잡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시간 경과에 따른 질병 치료 결과를 추적할 수도 있기에 질병 관리의 혁신으로도 평가받는다.

24시간 연속 심전도검사

40대 남성 A씨는 가끔 뜬금없이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있다. 통증이 없기에 별거 아니라고 여겼는데, 최근 들어서는 일주일에 1~2회 증세가 나타나고, 두근거림이 1시간 이상 지속될 때도 있었다. 대학병원 심장내과를 찾아가 심전도와 혈액 검사 등을 받았지만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A씨가 병원에서 검사를 받을 때는 두근거리는 증세가 없었다.

이에 A씨는 심전도를 24시간 연속으로 측정하는 패치를 가슴에 붙였다. 500원 동전 크기의 패치를 왼쪽 가슴 위에 붙이고 평소대로 일상생활을 했다. 5일째 되는 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가 생겼고, 그때의 심전도 변화가 패치에 기록됐다.

일주일 후 심전도 패치를 떼어 병원에서 분석한 결과, 두근거릴 당시 심장의 왼쪽 심방이 불규칙하게 빨리 뛰는 부정맥인 심방세동이 발견됐다. A씨 심장 내에서 심장세동 전기 스파크를 일으키는 곳이 발견됐고, 그곳을 고주파열로 지져 없애는 치료를 받았다.

현재 심전도 패치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며, 환자부담은 붙이는 기간(2~14일)에 따라 3~16만 원이다. 심전도 검사 적용 대상은 ▲가슴 두근거림이 간혹 발생하는데 심전도는 정상인 경우 ▲일시적으로 실신했는데 원인을 못 찾는 경우 ▲원인 모를 어지럼증이 간헐적으로 있을 때 ▲일과성 뇌허혈(TIA) 후 무증상 부정맥 확인 ▲항부정맥제 치료 효과 평가 ▲심부전, 허혈성 심질환위험 평가 ▲가족력, 고령 등 부정맥 고위험군 대상 선별 검사 등이다.

24시간 혈압 체크하는 반지형 기기

50대 남성 B씨는 10년 전부터 고혈압을 앓았다. 당시 머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았는데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혈압약을 먹어도 머리가 가끔 아팠고, 최근 들어서는 밤마다 머리가 아팠다.

B씨를 진료한 내과 의사는 자는 동안 혈압 변화가 어떤지 알기 위해 24시간 혈압 측정을 권유했다. 진단용으로 처방된 혈압 측정기는 손가락에 끼는 작은 반지였다. 착용감도 일반 반지와 별차이가 없어 온종일 끼고 지내며 혈압을 측정할 수 있었다. 기존의 24시간 혈압 측정기는 부피가 큰 장비를 몸에 착용해야 했고, 팔뚝을 감싸는 혈압기 커프가 수시로 팔뚝을 조여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었다.

의료진이 반지로 기록한 24시간 혈압을 확인하니 B씨는 밤사이 혈압이 크게 올랐던 것으로 나왔다. 이에 혈압약 처방이 변경되었고, 이후로는 두통 없이 밤에 편안하게 잠잘 수 있었다.

백의·가면 고혈압에 유용한 기기

B씨가 낀 반지는 국내 의료 벤처 스카이랩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반지형 24시간 혈압 측정기 ‘카트 비피(BP) 프로’다. 반지를 끼고 있으면 5분마다 혈압이 측정되어 반지에 기록된다. 이를 하루 지나 빼서 분석기에 대면 24시간 혈압 기록이 나온다.

반지에서 특수한 빛(광용적 맥파)이 나와 손가락 혈관의 혈류를 측정하고, 이를 혈압으로 환산하여 수치화한다. 임상 시험에서 스마트 반지로 잰 혈압 수치와 기존 커프형 연속 측정 혈압기로 잰 혈압 수치가 똑같았다.

24시간 혈압 측정이 필요한 환자는 주로 집과 진료실 혈압 차이가 큰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들이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만 보면 혈압이 높아지는 백의 고혈압이나 반대로 집에서는 혈압이 높은데 병원에서는 정상으로 나오는 ‘가면 고혈압’ 환자들이 측정 대상이다. 잠자는 동안 혈압 변화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도 측정 대상이다.

혈압약을 복용 중이나 혈압 강하 효과가 일정하지 않은 경우, 새벽이나 아침에 혈압이 급상승하는 환자, 당뇨병, 만성신장병, 수면무호흡증 등이 있으면서 혈압 변화가 심한 환자, 스트레스·피로·카페인 등 외부 요인에 따른 혈압 변동이 큰 사람 등도 적용 대상이다.

일상을 함께하는 스마트 측정 도구

최근 스마트 반지를 다수의 환자들에게 적용한 의사들은 “환자들의 시간대별 혈압 변동을 쉽게 확인하여 맞춤형 혈압 관리가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스마트 반지를 통한 24시간 혈압 측정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하루 사용료로 환자는 1만 원 이하를 부담하면 된다.

카트 비피는 맥박과 산소포화도도 같이 측정한다. 이는 반지형 혈압계가 앞으로 수면무호흡증 진단 및 모니터링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심혈관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도구들이 이제 우리와 일상을 같이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