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수술 전후 올바른 약 복용
합병증 예방과 회복에 중요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해 장시간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수술을 받기도 하니, 수술 전후로 복용약을 적절히 관리해야 합병증을 예방하고 잘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갑상선약, 항우울약, 고지혈증약 등 대부분의 약은 수술 당일 아침까지 소량의 물과 함께 복용할 수 있으나, 일부 약은 수술 전 중단하거나 용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이는 약 중단 시 발생할 수 있는 금단 증상이나 질병 악화 가능성, 그리고 수술에 사용하는 마취제와의 상호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됩니다.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

수술 전후 반드시 조절이 필요한 약은 출혈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입니다. 수술을 앞두고 가장 많이 문의하는 약 또한 항혈소판제인 아스피린(Aspirin)인데요. 아스피린은 심혈관계 질환자에서 수술 전 중단 시 급성관상동맥증후군과 뇌경색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대량 출혈이 예상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계속 복용합니다. 중단해야 하는 경우에는 수술 1주일 전 중단하고, 수술 후 주치의의 판단에 따라 가급적 빨리 투여를 시작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프라수그렐(Prasugrel), 티카그렐러(Ticagrelor)와 같은 P2Y12 수용체 차단제도 항혈소판제인데, 이들은 수술 1주일 전후로 중단합니다. 그러나 수술 전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이 발생하거나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는 등 몇몇 경우에는 복용을 지속하기도 합니다.

발치도 수술과 마찬가지로 출혈이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발치 1주일 전부터 클로피도그렐을 아스피린으로 변경하고, 2일 전부터는 아스피린도 중단하는 식으로 약을 조절하기도 합니다.

항응고제에는 와파린(Warfarin)과 직접작용 경구용 항응고제가 있습니다. 후자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약인데, 와파린과 달리 타 약물과 상호작용이 적고 혈액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등 편의성이 높아 와파린을 점차 대체해 나가고 있습니다. 리바록사반(Ribaroxaban), 에독사반(Edoxaban), 아픽사반(Apixaban)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와파린은 수술 3~5일 전부터 중단하고, 직접작용 경구용 항응고제는 수술의 출혈 위험, 신장기능에 따라 수술 1~3일 전부터 중단합니다.

혈당조절약도 반드시 확인

혈당이 높으면 수술 후 감염, 심혈관질환 발생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수술 전 혈당관리는 매우 중요합니다. 수술 전후 금식하는 동안 식후 혈당을 조절하는 당뇨약은 복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 식사 직전에 복용하던 먹는 약이나 주사하던 인슐린이 이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 투여해 오래 작용하는 인슐린은 수술 당일 소량만 투여하거나 투여하지 않기도 합니다.

메트포르민(Metformin)은 과거에는 유산산증의 위험 때문에 수술 2일 전부터 중단하도록 권고되었으나, 최근 연구들에서 신장 기능이 정상인 환자에서는 수술 전후에 계속 투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밝혀졌습니다.

현재는 신장 기능이 정상이며 금식 기간이 짧고 빠른 회복이 예상되는 덜 침습적인 수술 시 수술당일까지 복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구체여과율이 30mL/min/1.73m² 미만인 신부전 환자 또는 조영제를 사용하거나 출혈 등이 예상되는 주요 수술의 경우에는 수술 2일 전부터 중단하고, 수술 후 신장 기능 등을 검사한 후 다시 복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설포닐우레아는 수술 후 심근경색의 발생을 줄일 수 있으므로 수술 전일 저녁까지 지속하다가 수술 당일에 중단합니다. SGLT2 억제제는 대사성 산증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술 3~4일 전에 중단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다파글리플로진(Dapagliflozin), 엠파글리플로진(Empagliflozin)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고혈압약, 호르몬약제도 주의

고혈압약은 대부분 투여를 지속합니다. 하지만 안지오텐신 전환효소 억제제(ACEi)인 캡토프릴(Captopril), 에날라프릴(Enalapril), 리시노프릴(Lisinopril) 등과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ARB)인 발사르탄(Valsartan), 칸데살탄(Candesartan) 등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마취 중 혈관을 지나치게 확장, 심각한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어 수술 전날부터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 고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쓰는 여러 약에는 이뇨제도 포함되는데, 일부 이뇨제는 칼륨 수치에 영향을 미쳐 수술 전날 중단하기도 합니다.

경구피임약 등 호르몬약제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에스트로겐 성분을 포함한 경구피임약은 혈전색전증 발생 위험이 있어 수술 4~6주 전부터 중단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는 진통제 중 나프록센(Naproxen), 이부프로펜(Ibuprofen) 등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도 항혈소판 효과가 있어 수술 1~3일 전부터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진통제 중 성분이 다른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은 중단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약, 건강보조식품도 중단

한약(재)과 건강보조식품의 복용 여부도 수술 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시장이나 마트 등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보니 수술 전 검사나 문진에서 복용 사실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제품들도 수술 시 부작용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삼, 홍삼, 은행 등은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출혈이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약 및 건강보조식품에는 특정 성분이 농축되어 있는데, 그 성분들이 수술 시 사용하는 마취제나 다른 약물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한약 및 건강보조식품은 수술 1주일 전에 중단하는 것이 추천됩니다.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확인 후 적용

수술 전 약 복용 기준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저질환과 수술의 종류, 위험도에 따라 복용약을 중단하는 것이 더 위험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존의 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다 면밀한 관리하에 수술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은 반드시 의료진의 전문적인 평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환자나 보호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계속 복용한 약물이 수술 중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거나 회복 과정을 지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구 복용하는 모든 약물을 비롯해 주사제, 건강보조식품, 한약에 이르기까지 복용 중인 모든 것을 의료진에게 정확히 알려야 합니다. 이를 통해 안전한 수술과 원활한 회복은 물론, 평소 관리해오던 만성질환의 적절한 조절까지 함께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