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고, 재고, 지키자!
시럽약 올바로 알고
안전하게 복용하기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약국이나 병원에서 액상 형태의 약을 받으면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약병 바닥에 가라앉은 가루 덩어리가 상해서 생긴 것은 아닌지, 어떻게 정확한 양을 잴 수 있는지 등등. 액상 제형 약 복용 시 주의할 점을 알아봅니다.
글 정희진 울산대학교병원 약제팀 약사
흔들어 사용해야 하는 현탁액
액상 약은 소아뿐 아니라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여러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유용합니다. 또한 이러한 액상 제형, 즉 액제는 알약이나 캡슐과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액제는 약을 액체로 만든 것인데, 겉보기에는 완전히 액체 상태지만 실제 약 성분은 그 속에 가루로 둥둥 떠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약은 사용 전마다 흔들어 쓰라고 권고합니다. 이는 현탁액으로, 물에 잘 녹지 않는 약 가루를 액체에 섞어놓은 것입니다. 진흙탕으로 비유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합니다. 진흙탕을 그냥 보면 갈색 물 같지만 실제로는 진흙은 바닥에 가라앉고 물만 위쪽에 떠 있게 되죠? 이처럼 현탁액은 시간이 지나면 약 가루가 바닥에 가라앉는데, 이는 상한 것은 아니고 물보다 약 가루가 무거워서 가라앉은 것이니 사용 전 잘 흔들어 섞어주면 됩니다.
대표적으로 챔프 시럽이 이러한 현탁액 형태로 나옵니다. 아예 가루를 주고 물에 녹여 현탁액으로 만들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건조시럽제로, 습기에 약한 항생제가 주로 이렇게 나옵니다. 사용 시 물에 녹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는 약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방법입니다.
건조시럽제로 생산되는 약 성분들은 액체 상태에서는 안정성이 떨어져 약효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또 가루 상태에서는 유통기한이 몇 년으로 아주 길지만, 일단 물에 녹인 후에는 며칠이내에 사용해야 합니다.
정확한 용량 측정이 중요
건조시럽제를 물에 녹여 조제할 때는 물의 양을 정확히 지켜야 합니다. 물을 너무 많이 넣으면 약물 농도가 낮아져 치료 효과가 감소하고, 반대로 적게 넣으면 농도가 높아져 부작용 위험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양의 물을 부은 후에는 약병을 충분히 흔들어 가루가 고르게 섞이도록 해야 합니다. 복용하기 전 충분히 흔들지 않으면 처음에는 약효가 약한 윗물만 마시게 되고, 나중에는 가라앉아 농축된 약을 복용하게 되어 일정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액상 제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용량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소아는 체중과 나이에 따라 복용해야 할 용량이 다양해 더욱 주의가 필요하며, 반드시 눈금이 그려진 계량컵이나 계량스푼, 경구용 주사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계량컵을 사용할 때는 평평한 곳에 놓고, 눈금을 확인할 때는 컵을 들어 눈높이에서 봐야 정확합니다. 경구용 주사기는 아주 적은 양의 약을 정확하게 잴 수 있어 영유아에게 매우 유용하지만, 주삿바늘이 없는 경구 투여 전용 제품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관방법도 주의
모든 형태의 약이 그렇듯 액제도 어떻게 보관하는지에 따라 약효가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실온에서 보관하며, 개봉 전에는 겉에 적힌 날짜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하지만 개봉했거나 다른 용기에 나눠 담은 경우에는 이후 한 달까지만 복용가능합니다.
또한 냉장 보관 표시가 없다면 냉장 보관을 하지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냉장 보관 시 오히려 습기로 인해 약 성분이 변질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단, 냉장 보관 표시가 되어 있는 약은 반드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합니다. 특히 조제한 항생제 시럽의 경우 대부분 냉장 보관이 필요합니다.
특정 약품의 경우 빛에 노출되면 쉽게 변색되고 약효가 저하되므로 차광 보관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차광 봉투에 담긴 약들은 그 상태 그대로 보관하도록 합니다.
남은 약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
액제를 복용할 때는 치아 건강도 고려해야 합니다. 약 자체의 맛이 쓴 경우, 알약이나 캡슐은 달거나 아예 맛이 나지 않는 것으로 겉을 감싸곤 합니다. 반면 액제는 달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복용한 후에는 물로 입을 헹구거나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남은 약을 나중에 다시 사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이 다를 수 있고, 개봉 후 시간이 지나면 약효가 떨어지거나 오염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같은 증상처럼 보여도 나이와 체중 등에 따라 필요한 용량이 달라지며, 개인의 건강 상태나 알레르기 여부에 따라 적합한 약이 다를 수 있습니다.
약이 변질되었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약의 색깔이 평소와 다르게 변했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 맛이 현저히 달라진 경우에는 복용을 중단해야 합니다. 약병 안에 곰팡이나 이물질이 보이는 경우에도 즉시 사용을 중지해야 합니다.
특히 현탁액의 경우 흔들어도 가루가 잘 섞이지 않고 덩어리가 생기거나, 액체와 고체가 완전히 분리되어 층이 생긴 경우에는 변질을 의심해야 합니다. 또한 약병 뚜껑을 열었을 때 압력으로 인해 ‘펑’ 소리가 나거나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생기는 경우도 오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개봉한 지 한 달이 넘었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아깝더라도 폐기해야 합니다. 해당 의약품은 약국이나 병원, 보건소 등 지정된 장소에 가져가시면 됩니다.
약 사용법은 정확하게 준수
액상 제형의 약물은 복용이 쉽고 용량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확한 용량 측정과 적절한 보관 방법을 지켜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봉한 날짜를 약병에 기록해두어 사용 가능한 기한을 지키고, 남은 약을 임의로 재사용하거나 다른 사람과 나눠 먹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약의 색깔, 냄새, 상태가 평소와 다른지도 살펴보세요. 이러한 주의사항들을 잘 지킨다면 액상 제형 약물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