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넘어 회복으로
유방 재건과 림프부종 치료
고대안암병원 성형외과
정재호 교수
유방암 치료는 생명을 지키는 여정이지만, 그 이후의 삶까지 온전히 회복하는 일은 또 다른 과제다. 한쪽 유방의 상실, 팔이 붓는 림프부종,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고민들.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유방 재건과 림프부종 치료를 맡고 있는 성형외과 정재호 교수는 ‘재건은 단순히 모양을 만드는 수술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되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유방 재건과 림프부종 예방·치료의 의미, 재건 수술을 담당하는 성형외과 의사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글 편집실 사진 윤선우
최근 유방암 환자가 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의학적으로만 보면 한쪽 유방이 없어지면서 생기는 비대칭이나 불균형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여성에게 유방은 단순한 신체 기관이 아닙니다. 모성의 상징이자 여성으로서 자존감과도 연결되는 부위입니다. 그래서 상실감이 매우 크고, 신체적인 변화가 곧 심리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유방암 수술 이후 우울감이나 사회적 위축을 호소하는 분도 적지 않습니다.
다행히 2015년 4월 이후 유방 재건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재건이 보편화되었습니다. 현재는 70~80% 이상의 환자가 재건을 선택합니다. 예전에는 ‘할까, 말까’ 고민하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오히려 ‘나만 안 하면 소외되는 것 아닌가’하는 심리도 작용합니다. 사회적 관계와 일상 복귀까지 고려해 재건을 적극적으로 원하는 분이 많아졌고, 재건이 삶을 회복하는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남성 의사로서 여성 환자의 심리적 어려움을 이해하는 데 부담은 없으셨나요?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감정에만 기대기보다 ‘의사와 환자’라는 치료의 관점에서 접근하려 합니다. 물론 공감은 중요합니다. 다만 치료 과정에서는 더욱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환자의 감정을 존중하되, 치료 방향은 냉정하게 설계하는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남성이 여성을 이해한다’기보다 ‘인간이 인간을 이해한다’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유방 재건뿐 아니라 두경부암, 피부암 등 다양한 암 재건을 맡고 있습니다. 허벅지나 팔에서 조직을 떼어 이식하는 미세수술을 주로 하는데,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인간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려 노력합니다. 환자마다 질환은 다르지만 회복을 바라는 마음은 같기 때문입니다.
미세수술 전문의로 활동하고 계신데, 어떤 분야를 담당하나요?
특정 분야를 세분화하기보다는 폭넓은 재건 수술을 수행합니다. 저는 유방암뿐 아니라 두경부암, 피부암 등 암 재건 전반을 담당합니다. 병원의 특성상 한 분야에만 국한되기보다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하며 역량을 넓혀왔습니다.
미세수술은 0.3~2mm에 불과한 혈관을 현미경으로 확대해 연결하는 고난도 수술입니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할 수 있는 재건 수술은 대부분 시행합니다. 수술시간이 길고 집중도가 높은 만큼 체력과 경험이 모두 요구되는 분야이기도 합니다.고대 안암병원은 국내 최초로 림프부종 예방 수술을 시행한 병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의미를 설명해주세요.
유방암 수술 시 겨드랑이 림프절을 절제하면 팔에서 올라오는 림프 흐름이 차단되어 림프부종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유병률은 20~25% 정도인데, 한 번 생기면 완치가 어렵고, 치료도 쉽지 않은 난치성질환입니다.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큰 질환이기도 합니다.
림프부종 예방 수술은 림프절 절제 시점에 림프관과 정맥을 미리 연결해 흐름을 복원하는 방식입니다. 해외 연구에서 발생률을 5% 수준까지 낮췄다는 보고가 있었고, 우리 병원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해 현재 250~300례 이상을 집도했습니다. 발생률은 약 9~10%로 줄었고, 조기 발견과 적극적 관리로 환자 만족도도 높습니다. 예방의 개념이 환자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림프부종 치료에는 어떤 수술 방법이 있나요?
크게 림프관-정맥 문합술과 림프절 이식술이 있습니다. 각각 적용 시기와 원리가 달라 환자 상태에 맞춰 선택합니다.
림프관-정맥 문합술은 막힌 림프 흐름을 정맥으로 우회하는 수술입니다. 머리카락 굵기 정도의 림프관을 현미경으로 20~30배 확대한 배율에서 보면서 연결합니다. 비교적 초기 환자에게 적용하며, 미세수술의 정교함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림프절 이식술은 건강한 림프절이 포함된 조직을 다른 부위에서 떼어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병기가 진행된 환자에게 적용하며, 40~50% 정도에서 의미 있는 호전을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조직 이식술의 효과를 더 높게 평가하지만, 환자상태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합니다. 결국 치료는 환자 맞춤형 접근이 가장 중요합니다.
잘된 유방 재건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외형도 중요하지만 합병증 없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결과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환자가 일상으로 돌아가 오랫동안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보형물 재건은 구형 구축의 위험이 있고, 자가 조직 재건은 복부 탈장 등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모양이 100점이더라도 환자가 지속적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좋은 결과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90점이라도 환자가 편안하고 만족한다면 그것이 더 좋은 재건입니다. 결국 환자의 삶의 질이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상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초기에는 환자에게 선택을 맡겼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제가 어떻게 결정하나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환자의 체형, 조직 상태, 생활 패턴 등을 종합해 먼저 가이드를 제시합니다. 의료진의 경험을 토대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수술 전 디자인, 사진 촬영, 수술 후 드레싱까지 직접 챙깁니다. 환자와 접점이 많을수록 신뢰가 쌓이고, 작은 문제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이 결국 치료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다학제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유방외과, 성형외과, 재활의학과, 종양내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림프부종은 재활 치료가 기본입니다. 복합림프부종치료(CDT)는 공기압 치료, 수기 림프 배출, 압박 요법을 포함하며 장기적인 관리가 중요합니다.
서로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적절한 시점에 환자를 의뢰하는 구조가 잘 갖춰져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다학제는 단순한 협진 시스템을 넘어 의료진 간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협력이 환자에게 가장 큰 치료 자산이 됩니다.
앞으로 기대하는 연구 방향은 무엇인가요?
기존 수술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줄기세포 주사, 생체 적합 폴리머를 이용한 스캐폴드 치료 등 재생 치료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림프관 재생을 유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림프관 수술이 알츠하이머 치매 개선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림프계 연구가 단순한 부종 치료를 넘어 새로운 의학적 지평을 열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재건을 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졌으면 합니다. 미용 분야와 달리, 암 재건은 예측할 수 없는 수술 시간과 긴 회복 과정을 감수해야 하는 분야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의사가 사명감으로 이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습니다.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의 루틴
루틴을 지키는 루틴
제 건강 루틴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환자를 같은 리듬으로 돌보는 것입니다. 이 ‘루틴’이 결국 저를 지키고, 환자를 지키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꾸준함이 의료인의 기본 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